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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림으로서의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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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 『윤리형이상학』 공법 발제 (2024) 불운하게 아무도 모르는 이 글을 조우하신 분께이 글은 당신이 칸트의 윤리형이상학을 이해하는 데 끔찍이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오히려 스멀스멀 당신의 머리를 파고들어 분리할 수 없이 결착되고 완전히 망쳐놓을 수도 있습니다.애원으로 당신을 유혹하는 유령이 출몰하는 숲처럼, 언제나 상당한 날조에 주의하세요.  -국가, 공법과 그 체계 그리고 법/권리(Recht) 개념의 참된 실현으로서 영원한 평화칸트, 『윤리형이상학(Die Metaphysik der Sitten)』 §§43-62 발제  조금 긴 서론: 칸트 『윤리형이상학(Die Metaphysik der Sitten)』의 「법이론의 형이상학적 기초원리(Metaphysische Anfangsgründe der Rechtslehre)」에서 공법(öffentlic..
흄 발제 (2024) 한순간 명멸했던 사유는 발화하려는 순간 나의 몸을 꿰뚫어 산란하면서 갈가리 찢어버리는 말들로 바스라지고 한때 진리의 기관들을 꿈꾸던 이 '가차 없는 장소'에는 불구의 지체들이 썩어가는 더러운 피만이 울컥거린다 언제까지, 도대체 언제까지 -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에 관하여, 혹은 흄의 형이상학/인식론, 심리학 및 윤리학에 관한 소개 - 흄의 생애에 관해서 오늘은 제가 접해본 철학자 중 가장 달콤씁쓸한 이성주의자라 명명하고 싶은 흄(David Hume, 1711-1776)에 관해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흄은 1711년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무려 12세의 나이로 에든버러 대학에 입학해 법률을 공부합니다. 물론 이때 그는 지금도 수많은 어..
후설 세미나 (2023) 후설 『위기』에서 초월론적 주관의 상호주관성을 통한 생활세계의 필연적인 보편성 확보- 후설 현상학에서 절대적 진리와 보편적인 목적성의 이념, 그리고 이를 추구하는 인간적 사랑을 위하여 0. 서론세계는 그 있음(Dasein)과 어떠함(Sosein)에 있어서 비합리적 사실(Faktum)이고, 이것의 사실성(Faktizität)은 오로지 동기 연관들의 견실함에 기인한다. (...) [하지만] 존재를 정초하는 힘은 경험이 진행될수록 커지고, 경험과학이라는 형식으로 합리화(Rationalisierung)가 진행될수록 커진다. 합리화는 모든 예외를 규칙에 재편입시키고, 모든 비존재에게 어떤 존재에 속하는 가상을 배정한다. 그리하여 세계를 구성하는 경험의 힘은 (이성 권력인) 압도적 권력(Gewalt)으로 커져서, ..
교수님께 죄송한 라이프니츠 세미나 (2024) ‘되돌아감’으로서 반성, 통각, 그리고 이성성-라이프니츠 철학에서 통각(apperception)과 반성(reflection)의 의미를 중심으로   0. 서론라이프니츠 철학에서 통각(apperception)은 자기반성(self-reflection), 그에 따라 이성성(rationality)과 밀접하게 결부된다. 그런데 동시에, 라이프니츠는 통각을 의식(consciousness), 그리고 단순한 반성(reflection)과도 관련짓는다. 이에 더하여, 그는 감각(sensation)적인 모나드로서 동물도 통각을 가진다고 서술하기도 한다. 이에 라이프니츠에게서 통각, 반성, 자기반성 개념, 그리고 종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의 측면에서 인간, 동물은 서로가 서로를 복잡하게 지시하며 실타래처럼 뒤엉켜 버리고 말았다. ..
...의 전신 (2021) 탐미주의와 사실주의의 빛이 교차하는 평원에서-‘침묵’의 입술을 틔우기. 마르그리트 뒤라스 >을 향한 수필, 2021.02.26  “내가 열중하는 건 표현이 가능할 때 말할 수 있는 것들과, 생각은 하면서도 말하지 않는 것들이에요.”라고, 뒤라스는 발음한다. 이때 ‘말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은 이 문장이 뒤라스의 작품 세계를 ‘설명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녀의 작업은, 인터뷰 중인 순간에도, 마음이 당위로 여기는 것들을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읊어주는 일이다.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훑어 읽듯이. 뒤라스의 말들은 설명이라기보다 오히려 ‘불러주기’, ‘받아쓰기’ 혹은 ‘일러주기’와 가깝다.  우리 삶은 하나의 강물이라고, 나는 가끔 불교식으로 생각해 보곤 했다. 나의 모든 일과와 몸짓, 언어..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6권 발제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6권 정치체제의 종류와 정치제도 – 민주정과 과두정제1장 각 정치체제의 고유한 조직 방식 탐구 – (1) 민주정앞서 우리는 정치체제에서 최고의 권위를 갖는 심의 기구와, 관직 기구, 사법 기구가 조직되는 여러 방식, 그리고 이러한 변형(diaphora)들은 각각 어떤 종류의 정치체제를 위한 것인지, 더하여 무엇으로부터 정치체제의 보존과 파괴가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다.그런데 많은 종류의 민주정이 있는 것처럼 다른 정치체제에도 하위 분류가 많기 때문에, 다시금 구체적으로 각각의 정치체제에 고유하고 유익한 조직 방식을 검토해 보자. 이로부터 심의, 관직, 사법 기구를 조직하는 모든 조합이 만들어지며, 그 중 여러 조직 방식이 결부될 ..
... (2021) 침묵의 말을 하게 하라-  현상학적 시간의식을 바탕으로 한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시간성 분석  1.     서론-      두 시간론의 대립과 이야기가 드러내는 시간성인간의 모든 경험은 시간적이다. 그런데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처럼, 우리는 시간을 알면서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시간 존재론을 양분한다면 객체로서의 시간이 객관적 세계의 양상인가 혹은 시간의식에서 출발하여 상호주관적으로 구성된 것인가라는 두 물음이 첨예하게 대립할 것이다. 여기에서 다시 과거, 현재, 미래는 각각 관점 독립적 속성인지 관점 상대적 속성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때 이 물음은 결국 ‘현재론’에 대한 탐구로 수렴되는데, 과거-현재-미래의 구분 즉 시간의 흐름을 전제하지 않는 영원론이 아니라면 과거나 미래를 만드는 것..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7, 8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7권 교육과 최선의 정치체제제1장 행복최선의 정치체제에 대해서 탐구하려면 필연적으로 어떤 삶이 가장 바람직한 삶인지 규정해야만 한다. 최선의 정치체제 아래 살아가는 사람들이 최선의 삶을 영위하는 것이 적절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1) 모든 개인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지, (2) 공동으로 가장 바람직한 삶이 각 개인에게 가장 바람직한 삶과 동일한 것인지, 혹은 다른 것인지 탐구해야만 한다.우선 외적인 좋음, 신체 안에 있는 좋음, 영혼 안에 있는 좋음이라는 세 가지 부류의 좋음들은 모두 축복받은 자들(makariois)에게 속해야만 한다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양과 상대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