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루엣들
상담사가 내담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였다 아침 샤워 후에는 꿀과 백합 향이 났다창턱에 앉아 허밍하면 겨울의 그네가 흔들렸다미열이 고인 아이, 희미한 낮달이 뜬 발치, 장소가 없는 현기증말라가는 선인장 곁에서 아름다움의 폐허를 불렀다, 이윽고 숨죽인 들판 위 여명과 황혼의 세례를 받는 두 이마당신은 나에게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잔향, 흐느낌, 침실이었다바람의 밀어로 우리의 벤치는 젖어 있고 유기된 손으로서로의 정맥을 나누며 역류하는 온도를 견뎠다. 버거운 열병의 징후가 당신의 면죄부이자 키스였다. 흐르는 수레국화, 바람의 샛길을 낸 느티나무초조(初潮)처럼 피를 흘리는 어린 새들, 푸른 여름밤을 달아나는 탈진한 이리들그리고 석양 아래의 눈, 코, 입, 모든 거울과 꿈을 낭비하기 위하여우리는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