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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 -파도가 발끝에서 물크러졌다당신의 발목은 붉어 곧 도망칠 것 같았다
FLY ME TO THE MOON 빗속에 불씨를 던지다 석양이 깃든 층계참에서 숨을 고르다 슬플 때마다 자전거에서 쓰러지다 후, 문득 방의 불을 끄면 영사기가 몸을 비추고품을 펼치면 아름드리나무가 되던 시절이 있다 당신의 책장이 펄럭였고 나는 휘파람 같은 언덕을 흐르는 기분이었다 한낮, 한낮이 가난한 잠과 심장에 녹아들고 얼굴을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다  이윽고 밀물이 나의 고열을 품에 데려가다 붉은 해는 당신의 쓸쓸한 담장을 넘어가고 펜을 쥔 채 온몸의 불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였다 손에 잉크가 물들고, 희게 부푼 돛대, 절벽 위의 호흡, 나는 슬프고 서럽고 깊어지고 싶었다 한참 동안 노을의 피난처로 함께 쏟아져 내리고 싶었다 필름에 얼굴을 묻어도 다만 영사기가 돌아가고우리의 앞편으로 수많은 낮과 밤이 지나가다 그리고..
밤의 정원 사랑받지 못할 때는 늘 맨발이었다 창밖으로 목을 뻗고 비릿한 물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여느 밤 누런 블라인드 뒤편에서 나의 그림자, 흔들렸다 신음조차 불구여서 입술 주위를 절뚝거리다 우리는 백일몽이 조산(早産)한 악몽들 열꽃 같은 문장을 품은 채 핏기없는 이불로 쓰러지고 싶었다 사랑하는 나의 남빛, 아무도 날개를 틀어쥐지 않았는데 쓸쓸함을 달아나지 못하다 꿈에서 나의 빈한한 바다, 망막에 안개 낀 숲이 맺혀 있다 헐거운 도망자들 가엾은 눈과 입과 귀가 내부로 열린 채 멀어버리다 비밀을 허락한 침엽수림이 날카로이 호흡한다 우리는 시리게 헛구역질하며 침잠하는 과오의 사원으로 검거나 없는 무릎과 손이 헐떡이는 심장을 파고들 수 있다면 당신의 실루엣은 자꾸만 세이렌처럼 노래한다 칠이 벗겨진 하얀 제단 아래 우리..
칸트, 《순수이성비판》 수도원 원장 테라손은, 책의 크기를 책장의 수효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시간에 따라 측정한다면, 많은 책에 대해서, '그것이 그렇게 짧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짧았을 터인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복잡하기는 하지만 하나의 원리로써 통합한, 사변적 인식의 전체를 파악하기 쉽게 할 의도를 가질 경우에는, 마찬가지의 충분한 권리로, '많은 책은 그렇게나 분명하게 되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훨씬 더 분명하게 되었을 터인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분명성을 돕는 수단들은 비록 부분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흔히 전체적으로는 이해를 산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독자가 충분히 빨리 전체의 개관에 이르지 못하도록 하고, 그것들의 갖가지 밝은 색..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5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5권 정치체제의 보존과 파괴 제1장. 동등성, 정의, 정치체제의 변화우리는 이제 정치체제의 변화와 유지에 대해 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1) 어떤 원인들이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는지, (2) 정치체제를 파괴하는지, (3) 정치체제가 대개 어떤 종류에서 어떤 종류로 바뀌는지, (4) 어떤 것이 일반적으로/개별적으로 각각의 정치체제를 보존하는지, (5) 어떤 수단을 통해서 각각의 정치체제가 가장 잘 보존될 수 있는지 검토해 보자.우선 정치체제는 동등함이 단적인 동등함이 아니라 항상 ‘무엇에 대한’ 동등함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서 생겨났다. 민주정은 한 가지에서 동등한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동등하기를 바라면서, 과두정은 한 가지에서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4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4권 정치체제의 유형 제1장. 정치학의 탐구 영역과 과제어떤 하나의 주제 전체를 다루는 모든 기예와 앎(episteme)은 각각의 적합한 유를 고찰해야 한다. 그러니 최선의 정치체제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는 무엇인지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는 무엇인지, 즉 어떤 종류의 정치체제가 어떤 인민들에게 적합한지 역시 고찰해야 한다. 훌륭한 입법자와 참된 정치가라면 단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정치체제 둘 다를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더하여 정치가는 주어진 상황에서도 최선의 정치체제가 운1영되고 있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역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어쨌든 우리가 유념해야 ..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3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3권 폴리스와 정치체제 제1장. 시민의 정의: 관직과 판결에 참여해야만 한다정치체제(들)의 본성이 무엇이며 어떠한 특성들을 가졌는지 탐구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폴리스’란 도대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폴리스의 개념은 논쟁적이고, 정치가와 입법가가 다루는 모든 사안은 폴리스와 관련되어 있으며, 정치체제란 폴리스의 질서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 폴리스는 시민들의 집합이기 때문에, 결국 ‘누가 시민인지’를 탐구하는 것이 중요하다.태생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시민이 ‘된’ 자들인 거류 외국인이나 전성기가 지난 시민인 노인들, 아직 불완적한 시민인 아이들은 논의에서 제외하도록 하자. 요약하자면 ‘단적인’ 시민은 판결..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2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다분한 오해석 제2권 이상적 폴리스에 관한 견해들플라톤의 『국가』와 『법률』, 스파르타와 카르타고 제1장. 이상국가, 재산 공유의 한계최선의 정치체제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외적 요인의 제약도 부과되지 않을 때, 어떤 형태의 정치 공동체가 최선인가? 이를 탐구하기 위해 우선 누군가(특히 플라톤)에 의해 좋다고 제창된 정치체제와, 좋은 법에 따라 통치되고 있다는 평판을 받는 폴리스들의 정치체제를 살펴보자. 그것들에서 무엇이 옳고, 유용한지 혹은 반대로 왜 좋은 상태가 아닌지를 살펴봄으로써, 그 외에 어떤 것들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역시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탐구의 자연스러운 출발점은 ‘공유’에 대한 논의이다. 모든 시민들은 필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