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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림으로서의 철학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 제5권 요약 (2022)

*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

다분한 오해석

 

제5권 정치체제의 보존과 파괴

 

제1장. 동등성, 정의, 정치체제의 변화

우리는 이제 정치체제의 변화와 유지에 대해 논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1) 어떤 원인들이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는지, (2) 정치체제를 파괴하는지, (3) 정치체제가 대개 어떤 종류에서 어떤 종류로 바뀌는지, (4) 어떤 것이 일반적으로/개별적으로 각각의 정치체제를 보존하는지, (5) 어떤 수단을 통해서 각각의 정치체제가 가장 잘 보존될 수 있는지 검토해 보자.

우선 정치체제는 동등함이 단적인 동등함이 아니라 항상 ‘무엇에 대한’ 동등함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면서 생겨났다. 민주정은 한 가지에서 동등한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동등하기를 바라면서, 과두정은 한 가지에서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든 것에서 동등하지 않아야 한다(더 많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잘못(harmatia)을 저지르면서 탄생했던 것이다. 그러니 민주정과 과두정 모두 어느 정도의 정의를 가지고 있지만, 단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다. 폴리스를 구성하는 여러 유형의 사람들 중 덕에서 뛰어난 자들이 가장 정의롭게 정치적 지위를 요구하는 것일 수 있겠으나, 어쨌든 이렇듯 각자가 나름대로 정치 참여를 요구하는 것이 파당(내분, stasis)의 기원이 된다. 반드시 누군가는 정치적 관직을 요구할 명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체를 주도하지 못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파당에 의한 정치체제의 변화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1) 확립된 정치체제 대신에 다른 정치체제를 도입하기 위해 파당을 만든다. (2) 확립된 정치체제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파당을 만든다. 이것은 (2.1) 최고 권력이 계속 자신의 손 안에 놓여 있기를 원해서이거나 (2.2) 같은 정치체제라도 보다 그 정치체제답게 만들거나 혹은 그 반대로 하기(예 – 더 민주정적으로, 혹은 덜 민주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이다. 또는 (2.3) 특정 관직을 폐지하는 등 기존 정치체제를 단지 부분적으로만 변화시키기 위해서이다.

이를 보면 파당은 언제나 동등성과 관련됨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동등성은 이중적이다. 수와 크기에서의 동등함을 의미하는 ‘수적인 동등성’ 이 있고, 비율에서의 동등함인 ‘가치에 따른 동등성’이 있다. 모든 면에서 단적으로 한쪽의 동등성에 따라 조직된 정치체제는 나쁘다. 이는 수적인 동등함을 강조하는 민주정과 가치에 따른 동등함을 강조하는 과두정이 모두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주목함으로써 알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수적인 동등성 또는 가치에 따른 동등성을 적절히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대조하자면 민주정이 과두정보다는 안정적이고 파당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과두정에서는 소수 간에도, 소수들과 인민들 krsdpeh 파당이 일어나지만, 민주정에는 보통 과두정에 대한 파당만이 있기 대문이다. 또한 중간 계급이 주도하는 정치체제는 불완전한 정치체제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과두정보다는 민주정과 더 가깝다.

 

제2장. 정치체제 변화의 일반적 원인

앞서 어떤 것으로부터 파당과 정치체제 변화가 일어나는지 탐구했다. 이제 그러한 것들에서 정치체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 ‘일반적인’ 원인에 대해 살펴본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주목할 것이 있다. (1) 파당을 일으킨 사람들의 성향, (2) 이들의 목적, (3) 이에 따라 정리되는 정치적 소요와 파당의 기원이 바로 그것이다. (1)은 덜 가진 자들(elattous)은 동등하고자 파당을 형성하고, 동등한 자들은 더 크게(meizous), 더 많이 가지기 위해 파당을 형성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2)에 관련해서는, 파당을 형성하는 사람들은 이득과 명예를 추구할 뿐만 아니라 불명예와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서도 파당을 형성한다. (3)에 관해 말하자면 앞서 말한 (1), (2)에 따라 정치체제 변화의 기원은 총 7가지로 압축되는데, 구체적으로 (1) 이득, (2) 명예, (3) 오만 (무례한 태도) (4) 공포, (5) 우월성, (6) 경멸하는 태도, (7) 비례에 어긋나는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제3장. 정치체제 변화의 개별적 원인

이제 앞서 정리했던 정치체제 변화의 일반적 원인 7가지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자. 오만(hubris)과 이득이 어떤 힘을 갖고 왜 원인이 되는지는 명백하다. 관직자들이 오만하게 정당한 몫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려 할 때, 시민들은 그들에 맞서, 또한 정치체제에 맞서 파당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오만과 탐욕은 연결되어 있고, 탐욕(pleonexia)은 사적/공적 재산으로부터 모두 생겨날 수 있다.

명예 또한 파당의 원인이 되는 이유가 분명하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불명예를 당하거나 남들이 명예를 누리는 것을 볼 때 파당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가 폴리스와 통치 계급의 힘보다 더 큰 권력을 행사할 때, 그 우월성에 힘입어 사람들은 파당을 형성한다. 이것이 오스트라키스모스 관례를 도입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사실 그것보다는 누구도 그렇게 우월한 자가 되지 못하도록 애초에 예방하는 것이 낫다.

한편 공포 때문에 파당을 형성하기도 한다. 부정의를 저지른 자들은 징벌이 두려워서, 부정의를 당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당하기 전에 오히려 먼저 부정의를 저지르기 위해서 파당을 형성하고는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경멸 때문에 파당을 만들기도 한다. 이를테면 과두정에서는 정치체제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참여한 사람들보다 더 많아서, 민주정에서는 부유한 자들이 무질서함과 무법적 상태를 경멸해서 파당을 형성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치체제의 변화는 비례에 어긋나는 성장 때문에 일어나기도 한다. 신체가 부분들로 구성되고,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례적으로 성장해야 하는 것처럼, 폴리스에도 특정 집단이 과도하게 성장하게 되면 정치체제의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이를테면 민주정에서 부유한 자들이 수적으로 많아지면 과두정으로 움직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정치체제가 파당 없이 변화하는 일도 물론 있다. 어떤 술책 때문에, 혹은 그 정치체제에 찬성하지 않는 사람이 최고의 권위를 갖는 관직에 안일하게 오르게 하거나, 법 체계의 사소한 허점이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그에 해당한다. 한편 위에 제시된 원인들 말고도 폴리스가 여러 종족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심지어 폴리스가 위치한 장소가 하나의 폴리스로 단합하기 자연적으로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도 파당이 형성되는 경우도 있다.

 

제4장. 정치체제의 변화에서 파당의 직접적 원인

그러니 사실 파당은 큰 것들, 말하자면 공적이고 정치적인 것들과 관련해서(peri) 일어나지만 그것은 작은 것들로부터(ek) 야기되는 것이다. 즉 사적인 갈등이 정치체제에 얼마든지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정치체제는 폴리스의 관직 체계나 그것의 일부가 높은 평판을 얻거나 증대된 권력을 가지면서 변화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개인이든, 관직자이든, 부족이든, 즉 어떤 종류의 부분이든 폴리스 내에서 주도적인 힘을 얻게 되면 파당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명예를 얻게 된 이들을 시기하는 자들이 파당을 만들거나, 명예를 얻은 자 본인들이 스스로 우월성에 취해 동등한 대우를 못마땅해 하는 것이다.

더불어 정치체제는 부유한 자와 인민과 같이 폴리스의 부분으로 여겨지면서도, 반대되는 것들이 서로 동등하게 될 때, 또한 중간계급이 없거나 매우 적을 때에도 변화할 수 있다. 만일 두 부분 중 어느 쪽이 힘에서 훨씬 월등하다면 위험을 무릅쓰려 하지 않는 경향에 따라 오히려 파당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덕에서 뛰어난 자들은 너무나 소수여서 파당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렇게 모든 정치체제와 관련하여 파당과 변화의 기원 및 원인이 보편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들 외에도 사람들이 힘 또는 속임수로 정치체제를 변화시키고는 한다는 것도 추가할 필요가 있겠다. 힘으로 변화시키는 경우는 강제력을 처음부터 사용하는지, 나중에야 사용하는지에 따라 나뉘고, 속임수로 변화시키는 경우는 처음에는 사람들을 속여 자발적으로 정치체제를 바꾸게 하고, 그 후에는 본색을 드러냄으로써 힘을 통해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정치체제에 복종하게 하는 것 하나가 있고, 혹은 처음부터 인민들을 현혹하여 정치체제를 변화시키고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그것에 복종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하여 모든 정치체제에서 변화가 보편적으로, 혹은 예외적으로 어떤 원인들에 의해 일어나는지 검토해 보았다.

 

제5장. 민주정이 무너지는 개별적 원인: 참주정이 발생한 이유

그렇지만 다시 각각의 정치체제를 개별적으로 취해서, 앞서 논의한 원칙들에 따라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민주정은 대개(malista) 인민 선도자의 오만한 방종 때문에 변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재산을 가진 사람들을 궁지에 몰리게 하여 그들을 결속시키거나 반대로 다중이 부자들에게 맞서도록 선동한다. 이러한 부당한 선동은 민주정을 전복시키는데, 헤라클레이아에서 인민 선도자가 귀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하여 쫓아내자 이에 분노한 귀족들이 다시 뭉쳐 돌아와 인민을 무너뜨리고 과두정을 설립한 것이 좋은 예이다. 민주정의 변화는 거의(schedon) 이러한 식이다. 인민 선도자는 인민에게 환심을 사기 위해서 상습적으로 귀족들을 착취한다. 더불어 인민 선도자가 이런 식으로 부정의한 환심을 사다가 민주정이 참주정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특히 고대에는 참주 대부분이 인민 선도자에서 생겨났다. 높은 관직이 몇몇 개인들의 수중에 놓여 있었고, 폴리스가 크지 않았으며, 인민들은 자신들의 일에 바빴기 때문에 인민 선도자들이 어느 정도 (부자에 반기를 듦으로써) 인민의 신망을 얻으면 빈번히 참주정을 세우려고 시도했던 것이다. 한편 지금 민주정은 극단적인 형태의 민주정으로 변화하고 있다. 관직이 재산 자격 기준 없이 선출되고, 인민 선도자들이 인민의 환심을 사기 위해 ‘법에 대해서조차’ 인민이 최고의 권위를 갖게 하는 아주 타락한 형태의 민주정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를 위한 치료는 인민 전체가 아니라 부분들로 나뉘어서 관직자를 선출하게 하는 것이다.

 

제6장. 과두정이 무너지는 이유와 원인

과두정은 주로 두 가지 방식으로 변화한다. 그것은 (1) 과두정 지배 계층 바깥으로부터의 변화, (2) 과두정 지배 계층으로부터의 변화이다. 이 둘은 다시 여러가지 형태로 세분화될 수 있다. 우선, (1.1) 과두정 지배자가 대중을 부정의하게 대우하는 경우, (1.2) 지배하는 무리가 매우 소수여서, 관직에 있지는 않지만 부유한 사람들이 과두정을 전복시키는 경우, (1.3) 크니도스처럼 귀족들이 자신들 내부에서 파당을 일으켜 갈라지는 바람에 인민이 공격하는 경우, (1.4) 에뤼트라이처럼 인민들이 소수에 의해 지배받는 것 자체에 반감을 품어 정치체제를 바꾸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다음으로 과두정이 내부로부터 바뀌는 것은 (2.1) 경쟁심 때문에 몇몇 과두정 지배자가 인민 선도자처럼 변해버리는 때이고, (2.2) 몇몇 과두정 지배자들이 자신들의 사적인 자산을 방종한 생활로 탕진하는 때, (2.3) 과두정 지배자들이 소수의 통치 계급 속에서도 서열을 두어 이 소수마저도 최고의 관직에 모두 참여하지 못할 때, 즉 과두정 안에 또 다른 과두정을 만들 때, (2.4) 전시와 평화시에 따라서, (2.5) 과두정 안에 있는 몇몇 구성원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밀려났거나 결혼 및 소송과 같은 사적인 문제 때문에 파당을 형성하게 될 때, (2.6) 지나치게 주인 지배적(despotikos)인 과두정 때문에 정치체제 내부에서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있을 때로 나뉜다. 이때 (2.1)과 (2.4)는 다시 세부적인 구분이 있다. 우선 (2.1) 경쟁심 때문에 몇몇 과두정 지배자가 인민 선도자처럼 변해버리는 경우에는, (2.1.1) 소수 내부에서조차 인민 선도자가 나타날 때, (2.1.2) 과두정 내에 있는 사람들이 군중의 환심을 사려 할 때, (2.1.3) 과두정의 몇몇 구성원들이 과두정을 소수의 손아귀로 이끌려 할 때로 나뉜다. (2.4) 전시와 평화시에 따라서는 (2.4.1) 전시에 과두정 지배자들이 인민을 불신하여서 용병을 사용하는데 용병을 부린 바로 그 자가 참주가 될 때, (2.4.2) 평화시라 하더라도 과두정 지배자들이 서로 불신하여 폴리스의 경계를 용병과 중간적 관직자에게 맡겨 두다가 그가 최고의 권위를 가지게 될 때로 나뉜다.

한편 (3) 불운(우연)에 의해서도 정치체제가 변화할 수 있다. 혼합정과 과두정에서 여러 관직을 재산 자격 기준에 근거해서 뽑을 때, 좋은 시절이 도래한 탓으로 재산이 불어나거나 동일한 재산이라도 가치가 높이 평가받게 되어 모든 사람이 모든 관직에 참여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진행될 수도 있고, 급격하게 진행될 수도 있다. 이렇게 하여 과두정이 변화하고 파당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민주정과 과두정은 반대의 정치체제로 바뀌기보다는 그 안에서 세부적인 분류 형태로 바뀐다는 것도 추가적으로 말해 두자.)

 

제7장. 귀족정에서의 파당과 정치체제 변화의 네 가지 원인

이제 귀족정에서 파당이 일어나고 정치체제가 변화하는 원인을 알아보자. (1) 과두정과 마찬가지로 소수가 관직의 명예를 공유하는 것에서 파당은 일어난다. 귀족정 역시 소수가 지배한다는 의미에서는 과두정이라 할 수 있다. (1.1) 특히 지배하는 소수와 동등하다는 자만심으로 팽배한 다수가 있을 때 파당은 필연적으로 일어난다. 또는 덕에서 매우 훌륭한 사람들이 훨씬 큰 명예를 누리고 있는 다른 이들에 의해 불명예를 당할 때, 명예를 사랑하고 관직에 참여할 만한 능력을 가진 자가 정치체제에 참여하지 못할 때도 파당이 형성된다. (1.2) 또한 (특히 전쟁 시에) 어떤 사람들이 지독하게 가난하고 지배하는 자들은 부유할 때도 파당이 생겨날 수 있다. (1.3) 더하여 훌륭하지만 여전히 더 훌륭해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혼자 지배하기 위해 파당을 일으킬 수도 있다.

(2) 그런데 정치체제의 변화에 관해 논하자면 혼합정과 귀족정은 흔히 정치체체 자체 내에서 정의로부터 벗어나게 됨으로써 전복된다. 구체적으로 혼합정은 민주정과 과두정이 잘 혼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지며, 귀족정도 그러하거나 혹은 이 둘과 덕이 잘 혼합되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진다. 민주정과 과두정의 혼합에서 귀족정은 과두정 쪽으로 보다 기운다는 점에서만 혼합정과 다른데, 이런 탓에 귀족정이 혼합정보다 불안정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수가 소수보다 강할 때 그들은 동등한 몫을 갖는 것으로 만족하지만, 부유한 자들은 정치체제가 그들에게 우월성을 부여하면 오만을 부리고 더 많은 몫을 가지려고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정치체제가 어떤 쪽으로 기울든, 힘이 증대된 방향으로 바뀐다. 예를 들어 보통은 혼합정이 민주정으로, 귀족정은 과두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정치체제가 지속적이려면 가치에 따른 동등성이 부여되어야 하고 모두가 정당한 몫을 받아야 한다.

(3) 모든 귀족정적인 정치체제는 과두정적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귀족들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귀족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무엇이든 (인민보다) 훨씬 많이 할 수 있고, 이 말은 귀족이 마음대로 관직을 소유하고 임의대로 그 관직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러한 일은 민주정이나 잘 혼합된 귀족정에서는 일어날 수 없다.

(4) 무엇보다도 귀족정은 알아챌 수 없을 만큼 조금씩 전복되다가 결국 알아차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하기도 한다. 앞서 말했듯이 사소한 일조차도 큰 변화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그 정치체제에 귀속되는 어떤 특성을 포기하는 순간 다른 더 큰 특성을 바꾸는 것이 보다 쉬어지고 그렇게 진행되면 전체 제도를 바꾸는 일마저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모든 정치체제는 그와 반대의 정치체제가 가까이 있는지 멀리 떨어져 있는지와 상관 없이 큰 힘을 가지고 있는 한, 내부/외부로부터 뒤집혀 엎어질 수 있다. 아테네에서 과두정을 전복하고, 라케다이모니아인들이 민주정을 전복한 것도 이와 같은 일이다.

이렇게 하여 귀족정에서 파당과 정치체제의 변화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살펴보았다.

 

제8장. 파당을 막고 정치체제를 보존하는 방법 (1)

이제 일반적인 정치체제의 보존과 각각의 정치체제의 보존에 대해 정리해 본다. 어떤 것들에 의해 보통 정치체제가 살펴본다면 또한 어떤 것들을 통해 정치체제들이 보존되는지 파악할 수 있다. 반대는 그 반대의 것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 잘 혼합된 정치체제에서는 시민들이 작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것조차 경계해야 한다. 작은 일들이 큰 일을 불러일으키듯이, 불법은 알아차리지 못한 채 국가를 점령하기 때문이다. 각각이 작다면 모두 또한 작다고 인식하는 것은 정신의 오류이다. 따라서 불법 행위, 즉 파괴의 시원에 맞설 보호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2) 다중을 향한 교묘한 술책(sophismata)을 위해 획책된 것을 믿지 않아야 한다.

(3) 어떤 정치체제들이 지속되는 이유는 그 정치체제가 반드시 안정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정치체제 내외부적인 사람들과 모두 사이가 좋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치체제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을 부정의하게 대우하지도 않고, 그들 중 지도하기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 정치체제로도 끌어들인다. 또한 정치에 참여한 자들에 대해서는 서로 민주정적으로 대우한다. 동등함은 비슷한 사람들에 대해서 정의로울 뿐만 아니라 유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6개월 동안만 지속되는 관직과 같은 것은 같은 사람이 오랜 시간 집권하면서 나쁜 지을 행하거나 참주를 목표로 하는 일을 어렵게 만든다.

(4) 정치체제들은 파괴적 요소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도 보존되지만 사실 때로는 가까이 있음을 잘 이용함으로써도 보존된다. 시민들이 두려워할 때 그들은 정치체제에 더욱 집착하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체제를 보존시키려는 사람들은 오히려 시민들이 정치체제를 경계하고 눈을 뗄 수 없게 만듦으로써 늘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고 가까이에서 위험을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5) 또한 귀족들의 경쟁과 파당을 법을 통해 감시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하며, 경쟁 밖에 있는 사람들이 경쟁에 휘말리는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

(6) 재산 자격 때문에 일어나는 과두정과 혼합정의 변화에 대해서는, 공동체의 평가된 재산 총량을 과거의 것과 비교해 보는 것이 유익하다. 만일 그 총량이 예전의 것을 초과했다면 늘어난 정도에 따라서 재산 자격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만일 줄었다면 재산 평가 기준을 약화시켜야 한다. 만일 이것이 잘 되지 않으면 전자의 경우에는 민주정이 생겨나며 후자의 경우에는 과두정이 생겨날 수 있다.

(7) 민주정, 과두정, 그리고 다른 모든 정치체제에서 적절한 비율(summetrion)에 어긋나게 누군가를 지나치게 성장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급하게 큰 명예를 주는 것을 경계하고 긴 시간에 걸쳐서 작은 명예를 주는 정책을 시도할 수 있겠다. 언제나 법에 의해서 누군가가 크게 우월해지지 않게 조절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만약 실패한다면, 오스트라키스모스에 의해서 예외적으로 그들을 추방해야만 할 것이다.

(8) 사람들은 사적인 삶의 방식에서 새로운 정치체제를 추구하게 되기도 하기 때문에 정치체제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감시하기 위한 관직을 도입해야 한다.

(9) 더불어 폴리스의 균형을 추구하려면 한순간에 번영하는 폴리스의 한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 이러한 사태가 일어나면 관직을 반대되는 부분의 수중에 놓아두는 것이 치료책이다. 이를테면 훌륭한 자들은 다중에 반대되고 가난한 자들은 부유한 자들에 반대된다. 또 하나의 치료책은 가난한 다중과 부유한 자들을 혼합하거나 중산 계급을 증대하는 것이다.

(10) 모든 정치체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과 다른 행정을 통해 관직이 이익 추구의 수단이 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이는 특히 과두정에서 주의해야만 하는 것인데, 과두정에서 지배를 받는 많은 사람들은 관직에서 배제된 것 자체에는 그리 억울해하지 않지만, 일단 관직자들이 공공 재산을 훔친다고 생각하면 명예와 이익을 공유하지 못한 데 매우 고통스러워하면서 반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민주정과 귀족정이 한데 있을 수 있다면, 그 길은 이것 하나뿐이다. 모두가 관직을 맡는 것은 민주정적인데, 귀족이 실제로 관직을 맡는 것은 귀족정적이고, 이는 관직에서 이익을 구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부유한 자들이 사실상 사적인 일에서 벗어나서 관직을 맡을 수 있을 것이다. 공공 재산을 훔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재물을 후임 관직자에게 인계하는 일이 시민 전부가 참여했을 때 진행되도록 하며, 회계의 사본은 다른 단체들에게 맡기도록 해야 한다. 더불어 좋은 평판을 가진 관직자들에게 법에 의해 명예가 주어지도록 하는 것이 좋다.

(11) 민주정에서는 부자들의 재산이나 수입을 나누지 않음으로써 부자들을 충분히 대우해 주어야만 한다. 또한 비용이 많이 드나 쓸모 없는 공적 봉사들 역시 부자들이 떠맡지 않게 해야 한다.

(12) 반대로 과두정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게 많은 돌봄을 베풀어야 한다. 또한 이득이 저절로 생겨나는 관직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분배해야만 한다. 더불어 부유한 자들 중 누군가가 이들에게 오만하다면, 다른 계급에게 오만한 것보다 벌금이 커야 한다. 또한 상속 방식을 법에 의해 제한함으로써 재산을 보다 평준화시킬 수 있다. 또한 민주정과 가두정에서 정치체제에 덜 참여하게 되는 부분들에게 최고의 권위를 갖는 관직들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안들에서 동등권과 우선권을 분배하는 것 또한 유익하다.

 

제9장. 파당을 막고 정치체제를 보존하는 방법 (2)

(13) 가장 중요한 관직을 맡는 사람들은 세 가지 특성을 반드시 가지고 있어야 한다. 1. 확립된 정치체제에 대한 친애, 2. 관직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큰 능력, 3. 각각의 정치체제에서 그 정치체제에 관계되는 종류의 덕과 정의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이 모든 것들이 동일한 사람에게서 동시에 발견되지 않는다면 모든 사람이 이 특성들 중 어느 것을 더 적게 공유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친애와 능력이 있을 때 왜 덕이 필요한지 묻는다면 자제력이 없어서 친애와 능력을 잘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14) 그 정치체제에 유익한 것이 정치체제를 보존한다. 또한 정치체제를 원하는 자들의 수가 원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더 클 수 있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한다.

(15) 중용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민주정적이나 과두정적인 방편이 너무 지나치면 정치체제를 몰락시킨다. 민주정과 과두정은 최선의 정치체제에서 벗어났더라도 그런대로 충분할 수 있지만, 양자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게 되면 그 정치체제는 보다 나쁜 것이 되고 결국에는 전혀 정치체제조차 아닌 것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재산의 균등화와 같이 과도한 법을 추구하지 않아야 하고, 입법가들은 어떤 종류의 민주정/과두정적 방편이 정치체제를 보존하고 또는 파괴하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16) 민주정과 과두정에서도 잘못된 점이 있다. 만약 다중이 법에 대해서도 최고의 권위를 행사하면, 인민 선도자들이 부유한 자들과 싸움으로써 폴리스를 두 개의 폴리스로 만드는 잘못을 범한다. 그들은 사실 부유한 자들을 대신해서 말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데도 말이다. 과두정에서는 과두정 지배자들이 인민을 대신해서 말하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들은 인민을 부정의하게 대우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서약을 해야만 한다.

(17) 정치체제의 존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들이 정치체제에 어울리는 교육을 받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각 정치체제에 알맞게 습관을 형성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정치체제에 어울리게 교육받는 것이란 과두정에서는 과두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들을, 민주정에서는 민주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들을 행하는 것이다. 우리는 정치체제에 맞게 살아가는 것을 노예적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안전(구원)이라 생각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것들이 정치체제를 보존하면서도 동시에 파괴하는 원인들이라 할 수 있다.

 

제10장. 1인지배정의 기원과 몰락

이제 1인지배정이 어떤 원인에서 소멸하고, 보존되는지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왕정과 참주정에서 일어나는 것들은 앞서 말한 정치체제에서 일어나는 것들과 거의 비슷한데, 왕정은 귀족정과 유사하고 참주정은 가장 멀어진 과두정과 가장 멀어진 민주정으로, 즉 두 개의 악덕(kakos)으로 구성된 것이며 따라서 가장 해로운 것이다.

두 1인지배정은 정반대의 상황이다. 왕정은 인민에 맞서 품위 있는 자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생겨났고, 왕은 덕에서 우월한 자로서 선출되기 때문이다. 반면 참주는 귀족들에 맞서 인민과 다중에게서 생겨난다. 참주는 보통 인민 선도자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또는 참주들은 더욱 전제적인 방식으로 지배하기를 욕구하는 왕들에게서 생겨나거나, 최고의 관직에 선출된 자들로부터 생겨났다. 이들은 왕이거나 또는 명예로운 관직이 있기에 참주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손쉬웠다.

왕정은 귀족정과 유사하기에 가치(axia)에 따른다. 이 가치는 개인적이거나 가문의 덕, 혹은 이것들에 결부된 힘일 수도 있다. 또한 왕은 재산을 가진 사람들이 부정의를 당하지 않고 인민이 오만함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호자가 되기를 원한다.

반면 참주는 사적인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동의 이익을 신경 쓰지 않는다. 참주의 목표는 즐거운 것이지만 왕의 목표는 고귀한 것이다. 참주정은 민주정과 과두정의 악덕을 모두 가진다. 과두정으로부터는 부를 목적으로 취하고 다중을 전혀 신뢰하지 않는 것, 민주정으로부터는 귀족에 맞서 전쟁하고 귀족을 파괴하는 것이 따라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바와 동일한 변화의 기원들이 이러한 군주정들에도 적용된다. 다중이 군주정을 공격하는 것은 부정의, 공포, 경멸 때문이고 부정의는 무엇보다 오만(모욕, hubris) 때문에 생겨난다. 그러므로 이에 분노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회적 지위의 우월성이 아니라 복수를 위해 공격하는 것이다. 이렇게 군주정을 공격하는 자들은 지배자들의 신체, 즉 그 사람 자체를 향하기도 하고 관직을 향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어떤 군주가 자신의 피지배자들의 신체를 부끄럽게 하거나(모욕), 그들이 처벌받을 것이라는 공포를 주거나, 아니면 군주가 피지배자들조차 경멸할 만한 행동을 한다면 공격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특히 경멸에 의해 공격하는 이들은 군인의 명예를 소유한, 즉 본성적으로 대담하여 용기와 힘을 가진 사람들이다. 한편 사람들은 물론 이익을 위해서 군주를 공격하기도 하는데, 명예에 대한 사랑 때문에 공격하는 자들은 그 공격을 통하여 유명해지고 비범한 행동으로 인정받기를 원하면서, 즉 명성을 원하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자들은 수가 적기는 하다.

사람들이 참주정을 공격하게 되는 두 가지 큰 이유는 증오와 경멸이라고 할 수 있다. 증오는 늘 참주들에게 속하는 것이긴 하지만, 쾌락에 젖은 결과 경멸을 불러일으키는 참주들은 보다 쉽게 무너진다. 화 또한 증오의 일부로서 이 경우 그들의 감정이 이성적인 헤아림을 허용하지 않기에 더 격렬하게 공격하기 때문이다. 한편 증오는 화와 달리 고통을 동반하지는 않아서 이성적인 헤아림이 보다 많이 사용된다.  

또한 다른 정치체제와 마찬가지로 참주제는 폴리스 외부에 그와 반대되면서 강력한 정치체제가 있는 경우우에도 무너질 수 있다. 참주정을 무너뜨리려는 바람은 반대되는 목적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단 이러한 다른 정치체제에 있는 사람들이 힘을 가지게 되면 라케다이모니아인들이 그러했듯이 수많은 참주정이 전복될 수 있다. 물론 참주정은 내부로부터도 몰락할 수 있다. 그 체제에 참여한 사람들이 파당을 형성하여 참주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앞서 말한 극단적 과두정과 극단적 민주정의 파괴 원인들은 모두 마찬가지로 참주정의 파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왕정은 외부적 힘에 의해 가장 적게 파괴된다. 따라서 오래 지속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왕정은 내부로부터 파괴되는데, 그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왕정에 참여한 사람들이 파당을 형성하거나, 왕이 법을 넘어서서 너무나 많은 것들에 대해 최고의 권위를 요구해 참주정적으로 통치될 때이다.

그런데 왕정은 사실상 오늘날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데, 왕정은 자발적으로 지배받는 자들을 통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자들이 다수이고, 그 누구도 왕이라는 가치에 걸맞을 만큼 뛰어나지 못한 경우에는 지배를 자발적으로 견뎌낼 수 없다. 그러니 누군가 기만이나 힘으로 지배하려 한다면 언제나 참주정이 되는 것이다. 또한 왕들은 경멸을 당하거나 오만하게 행동하면 쉽게 전복되고, 피지배자들이 지배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곧바로 왕일 수 없지만, 참주는 피지배자들이 원하지 않을 때조차 참주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1인지배정이 어떻게 나뉘고 각각 무엇으로 인해 파괴되는지 살펴보았다.

 

제11장. 군주정과 참주정을 보존하는 방법

그렇다면 1인지배정, 즉 군주정은 이와 반대되는 원인에 의해서 보존될 것이다. 그런데 왕정은 특별히 보다 큰 절도(metrioteron)로 이끌림으로써 보존된다. 즉 왕이 최고의 권위를 갖는 영역이 적으면 적을수록 덜 주인처럼 되고, 지배하는 자들에게 시샘을 덜 받기 때문이다. 왕권의 제한, 이것이 왕권이 오래 지속되는 몰롯시아나 라케다이모니아에서 일어난 일이다. 왕의 권력을 줄임으로써 왕권의 지속 기간을 늘릴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는 도리어 왕권을 강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한편 참주정들은 정반대되는 두 방식으로 보존된다. 하나는 시민들이 참주에게 적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시민들을 가난하고 무지하며 서로를 믿지 못하는 상태로 만듦으로써 반란을 꾸밀 수 있는 능력 자체를 제거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참주가 자신을 마치 가정경영인이나 왕처럼 보이도록 꾸며 피지배자들을 기만함으로써 반란을 꾸밀 생각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전자의 구체적인 방안은 페르시아인들의 통치에서 볼 수 있는데, (1) 도드라지게 눈에 띄는 사람을 제거하고(참주는 자신의 주인적인 지배력을 빼앗아갈까 우려하여 전혀 위엄이 없거나 자유롭지 않은 사람에 대해 기뻐한다), (2) 공동 식사, 정치적 클럽, 철학 및 체육 교육 등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3) 자부심과 신념을 생기게 하지 않는 것이고, (4) 학파가 등장하지 못하게 하고, 최대한 사람들이 서로 교류할 수 없게 하며 (5) 도성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항시 공개적인 장소에서 노예처럼 생활하도록 하는 것, (6) 사람들 사이에 염탐꾼을 숨겨 놓는 것이다. (7) 또한 인민과 귀족 등 사람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도록 유도하며, (8) 피지배자들을 가난하게 만들어서 음모를 꾸밀 여가가 없게 하고, (9) 이를 위해 재산세를 부가하고, (10) 참주는 전쟁 도발자로서 피지배자들이 계속 가난하고 지도자를 필요로 하는 상황에 있게 해야 한다. (11) 더불어 극단적 민주정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참주정의 특징이기도 한데, 노예들이 멋대로 굴도록 하고 참주에게 아첨하게 한다. 이러한 방책들은 모두 참주정을 보존하는 것이지만 하나같이 악하지 않은 것이 없다. 요약하면 이 모든 방책들은 세 가지 것을 겨냥하고 있다. 첫째는 피지배자들이 스스로를 왜소하게 생각하여 감히 음모를 꾸미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며, 둘째는 피지배자들이 서로 불신하게 하여 단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이를 위해 사람들의 신뢰를 받는 훌륭한 자들을 경계하는 것이다), 셋째는 피지배자들이 스스로 행위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참주정의 보존을 위한 한 가지 방식이다.

한편 정반대되는 또 하나의 방식은 어떤 종류의 돌봄(epimeleia)을 필요로 한다. 이때 참주는 참주로서 힘의 유지를 근본적인 원칙으로 추구하지만, 한편 시민들에게는 ‘왕’의 역할을 고귀하게 수행하는 것처럼 보여야만 한다. 구체적으로 참주는 (1) 사적인 축재자가 되지 않고 공공 재원의 쓰임이 폴리스의 행정을 위한 것이 될 수 있도록 숙고하는 듯 보여야 하고, (2) 위엄 있는 사람으로 보여야 하며, (3) 피지배자 누구에게든 오만하게 행동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 또한 신체적인 향락에 취해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아야 한다. (4) 신성한 것을 경외하고 신들을 유념하고 있다고 여겨져야 하며, (5) 어떤 일에 대해 좋은(agathos) 것을 성취한 사람들에게 큰 명예를 주어야 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하나의 개별자만 위대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6) 다른 이들의 오만에 대해서도 물리치고 정당하지 못하게 불명예를 얻은 자에게 명예로 보상해 주어야 한다. (7) 가난한 자와 부유한 자라는 폴리스의 두 부분이 참주의 지배 때문에 유지되고, 그의 지배 덕분에 다른 것들에 의해 부정의한 처우를 받지 않게 되는 듯 받아들여야 한다. 또한 이들 중 어느 한쪽이 강력해진다면 이들이 참주의 지배를 옹호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방책들이 말하는 바는 참주가 자신의 피지배자들에게 참주가 아닌 가정 경영자, 혹은 청지기로 보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그의 지배가 더 고귀해지고, 바람직해지며, 따라서 더 오랜 기간 지속되고, 그 자신의 성품도 반쯤만 악덕해지는 쪽으로 나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12장. 오래 지속되는 참주정: 플라톤의 정치체제 변화에 대한 비판

말하자면 참주정이 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절도 있게 피지배자들을 대우’하고, 많은 것들에서 ‘법률에 복종’해야 한다. 여기까지 하여 1인지배정이 어떤 이유로 파괴되거나 보존되는가에 대해서 논했다.

한편 <국가>에서도 소크라테스가 정치체제의 변화에 대해 논한 바 있지만 잘된 논의는 아니었다. (가) 그는 모든 것은 변화한다고 말하면서도 최선이자 첫 번째 정치체제, 즉 최선자 정치체제에 고유한 변화를 논의하지 않았다. (나) 또한 최선자 정치체제가 라코니케, 즉 명예욕이 지배하는 정치체제로 바뀔 수 있다면서도 그 이유는 무엇인가를 밝히지 않았다. 보통의 정치체제는 왕정에서 참주정으로 변화하는 것처럼 이웃하는 것보다는 반대의 것으로 변화하는데도 말이다. 게다가 소크라테스는 참주정이 변화하는지 변화하지 않는지, 변화한다면 어떤 이유로 변화하고 어떤 정치체제로 변화하는지에 관해 말한 바가 없다. 그에 따르면 참주정이 최선의 정치체제로 변화할 수 있어야 모든 정치체제가 연속적이고, 순환적으로 변화할 것인데도 말이다. (다) 그리고 정치체제가 과두정으로 변화하는 것은 재산에서 훨씬 월등한 사람들이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한 사람들과 동등하게 폴리스에 참여하는 것을 정의롭지 않다고 여겨서인데, 이를 부정하고 관직에 있는 사람들이 돈을 좋아하고 돈을 버는 자들이 되어서 과두정으로 변화한다고 생각하는 것 역시 불합리하다. 많은 과두정에서 관직자들이 돈을 버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뿐더러, 민주정에서도 관직자들이 돈을 벌기도 한다. 더불어 과두정적 폴리스가 두 개의 폴리스, 다시 말해 부유한 자의 폴리스와 가난한 자의 폴리스로 나뉜다는 생각도 불합리하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어떤 정치체제에서도 나타난다. 가난한 자들이 다수가 되면 민주정이 되고, 부유한 자들이 강력해지고 그들을 위해 정치체제를 변화시키려 하면 과두정으로 바뀌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말과 달리 사람들이 특별히 부유해진다거나 더 가난해져서가 아니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부정의하거나 모욕적인 대접을 받는다면 파당을 형성하고 정치체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즉 정치적 변화에는 하나의 원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원인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