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 김재홍 역, 《정치학》, 길, 2017. 기반
다분한 오해석
제4권 정치체제의 유형
제1장. 정치학의 탐구 영역과 과제
어떤 하나의 주제 전체를 다루는 모든 기예와 앎(episteme)은 각각의 적합한 유를 고찰해야 한다. 그러니 최선의 정치체제를 고찰하기 위해서는 이상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는 무엇인지와 더불어, 현실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는 무엇인지, 즉 어떤 종류의 정치체제가 어떤 인민들에게 적합한지 역시 고찰해야 한다. 훌륭한 입법자와 참된 정치가라면 단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정치체제 둘 다를 고려해야만 하는 것이다. 더하여 정치가는 주어진 상황에서도 최선의 정치체제가 운1영되고 있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역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이 모든 탐구와 실천이 현존하는 정치체제로부터 시작하여, 사람들이 받아들이고 참여할 수 있도록 쉽게 설득할 수 있는 그러한 올바른 질서를 도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주어진 것 말고도 우선 정치체제들의 유형과 각각의 변형된 형태들을 아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법이 각각의 정치체제에 적합한지도 말이다.
제2장. 여러 정치체제와 그것들 간의 우수함의 서열
앞서 군주정, 귀족정, 혼합정이라는 세 가지 올바른 정치체제에 대해 말했고, 이것들에서의 세 가지 벗어남으로 참주정, 과두정, 민주정을 이야기한 바 있다. 그리고 군주정과 귀족정에 대해서는 이미 고찰하였다. 이제 논의할 것은 혼합정과 과두정, 민주정, 참주정에 대한 것이다.
타락한 정치체제들에서 가장 나쁜 것은 참주정이고, 두 번째로 나쁜 것은 과두정이며, 타락한 것들 중 가장 덜 나쁜 것은 민주정이다. 가장 신적인 정치체제(군주정)에서 타락한 것부터 필연적으로 가장 나쁜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타락한 것들 간에 가치 서열을 매기는 것은 이제 그만두자.
먼저,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정치체제들의 변형이 있는지 고찰하고, 어떤 정치체제가 가장 보편적이며, 한편 어떤 정치체제가 최선의 정치체제 다음으로 가장 바람직한지 살펴 보아야만 한다. 그리고 여러 정치체제들 중 어떤 것이 어떤 사람에게 바람직한지도 말이다. 또한 마지막으로 어떤 것이 정치체제들을 보존하고 어떤 것이 파괴하는지를 조사해야만 한다.
제3장. 왜 여러 종류의 정치체제가 있는가
왜 여러 종류의 정치체제가 있는가, 그것은 모든 폴리스가 한 부분 이상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폴리스에는 가정이 있고, 이들은 부자이거나, 가난하거나, 중간인 사람들로 나뉘고, 또한 중무장 병장기로 무장할 수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으로도 나뉘며, 인민은 농사를 짓는지 상업을 하는지 등으로 다시 나뉘며, 귀족들 역시도 부와 자산 혹은 태생의 크기로 나눌 수 있다. 더하여 덕의 차이도 있다. 때로는 이 종적으로 차이가 나는 부분들 전부, 혹은 소수, 혹은 다수가 정치체제에 참여하므로, 서로 간에 종적으로(eidei) 차이가 나는 여러 가지 정치체제들 역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모든 정치체제들은 어떤 종류의 동등성에 따라, 즉 폴리스 부분들의 차이에 따라 관직을 조정하므로 그만큼의 정치체제가 있게 된다.
하지만 크게는 두 개의 정치체제로 나눌 수 있다. 모든 정치체제는 민주정과 과두정 두 가지로부터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귀족정은 과두정의 한 유형이 되고, 혼합정은 민주정의 한 유형으로 간주한다. 이때 너무 지나치게 전제적으로 통제하는 권력은 과두정에 해당하고, 너무 헐겁게 통제하고 부드러운 권력은 민주정이라 부를 수 있다.
제4장. 폴리스의 부분들과 민주정의 종류
통념과 달리, 민주정이란 단지 다수가 최고의 권력을 갖는 정치체제라는 단적인 규정은 피해야 한다. 또한 과두정 역시 소수가 정치체제에서 최고의 권력을 갖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유인들그런데 일반적으로 부자는 소수이고 자유인은 다수이기 때문에 위의 통념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소수의 자유인들이 자유롭지 않은 다수를 다스린다면 그것은 민주정이라 할 수 없다. 또한, 부자가 그의 부 때문이 아니라 수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다스린다면 과두정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민주정과 과두정의 조건을 다시 정리하자면, 다수인 자유인과 가난한 사람이 최고의 권력을 가질 때 민주정이 있고, 소수인 부자와 태생이 좋은 자들이 최고의 권력을 가지면 과두정이 있다고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체제는 하나가 아니라는 점도 논의되었다. 폴리스의 부분들이 종적으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것들의 모든 가능한 조합이 정치체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농민, 장인, 상인, 노동자, 폴리스 수호자, 부유층, 그리고 심의하는 자들이 폴리스의 부분들이다.
그런데 물론 서로 다른 능력이 동일한 사람에게 속할 수 있다. 하지만, 동일한 사람이 가난하면서 부자일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이 폴리스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으로 생각되고, 대개 전자는 소수이고 후자는 다수이기 때문에 둘은 반대되는 것처럼 보인다. 이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정치체제 또한 이 두 부분 중 어떤 것을 우월하게 두느냐에 따라서 확립하는 것이고, 이렇게 민주정과 과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정과 과두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1) 민주정의 첫 번째 형식은 동등함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다. 여기서의 법은 가난한 자나 부자 어느 쪽에도 우월권을 주지 않는다. 양편이 비슷한 것을 동등함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모든 사람은 자유롭고 동등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다수의 의견이 권위를 갖는다. 이 정치체제는 필연적으로 민주정이다. (2) 두 번째 민주정은 낮은 재산 자격 조건을 두고 관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3) 세 번째 민주정은 태생에서 흠결이 없는 사람은 관직에 참여하고, 법이 지배하는 것이다. (4) 네 번째 민주정은 시민인 한에서 모든 사람이 관직에 참여하고, 법이 지배하는 것이다. (5) 다섯 번째 민주정은 네 번째와 동일하지만, 법이 아닌 다중의 결의가 최고의 권위를 갖는 것이다. 이런 곳에서 인민은 다수로 구성된 한 사람인 1인지배자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참주정과 유사한 것이다. 이러한 민주정에서는 인민에게 아첨하며 최고의 권위를 가져가는 인민 선도자가 생겨나고 모든 관직은 무너지고 만다. 사실상 이러한 민주정은 보편성에 의거하여 사안을 결정하지 않으므로 민주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제5장. 과두정의 종류
마찬가지로 과두정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1) 가난한 자들이 다수이지만 높은 재산 자격 조건에 따라서 관직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 (2) 관직을 높은 재산 자격 조건에 따라서 임명하고, 다른 자격을 갖춘 사람들을 임명하거나 선출하는 것. (3) 세습적으로 유지되는 귀족정. (4) 세 번째와 유사하지만, 법 대신 관직자들이 지배하는 것. 이것은 다섯 번째로 언급한 극단적 민주정과 짝을 이룬다.
이로써 과두정과 민주정의 종류를 훑어보았다. 하지만 물론 정치체제가 변화하면서 민주정과 과두정적 특징들을 함께 가지는 경우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6장. 과두정과 민주정의 네 가지 종류
민주정과 과두정의 종류를 인민의 어떤 부분이 정치체제에 참여하는지를 중점으로 다시 정리해 보자. 우선 민주정의 종류부터 알아본다. (1) 농사를 짓는 자들과 적절한 재산을 가진 자들이 최고의 권위를 가질 때 이들은 법에 따라 통치한다. 그들에게는 관직에 참여할 여가가 없기 때문이다. 이외의 사람들은 규정된 재산 자격 조건을 획득한다면 관직에 참여할 수 있다. (2) 태생에서 흠결이 없는 자들이 관직에 참여하는 민주정. 물론 여기에서도 모든 사람이 관직에 참여하는 것이 허용되기는 하지만, 여가를 가질 수 있는 자들만이 실제로 참여한다. 이런 종류의 민주정에서는 법이 지배한다. 정치 활동에 따르는 수입이 없기 때문이다. (3) 자유인인 모든 사람이 정치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정. 하지만 앞서와 같은 이유로 자유인 모두가 정치에 참여하지는 못한다. (4) 폴리스가 커지고 공공의 수입도 풍부해진 덕에 맨 나중에 생겨난 민주정. 여기서는 다중이 여가를 누릴 수 있게 됨으로써 그들 모두가 관직을 공유하고 통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부자들은 오히려 자신의 재산을 돌보아야 하기 때문에 정치에 많이 참여하지 못한다. 이렇게 가난한 다중들이 정치체제에서 최고의 권위를 행사하는 민주정이 탄생하는 것이다.
한편 과두정의 종류를 알아보자. (1) 많은 사람들이 다소 적은 양의 재산을 가지고 있을 때, 필요한 만큼 재산을 획득한 사람이 관직에 참여하는 과두정. 여기서는 통치 계급에 참여하는 사람 수가 적은 탓에 법이 최고의 권위를 가진다. (2) 앞서 언급한 사람들보다 재산을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소수인 과두정. 그들은 힘이 강할수록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따라서 그들 자신이 시민들 중에서 정부에 들어갈 사람들을 선출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관직자 선출을 위한 법이 있다. (3) 두 번째 과두정이 지나치게 강화되면 세습 과두정이 된다. (4) 세 번째 과두정이 강화되어 권력 집단(dunasteia)이 마치 1인지배정처럼 군림하고, 마침내 법이 아니라 인간들이 최고의 권위를 갖게 된다. 이는 마지막 종류의 극단적 민주정과 짝이 된다.
제7장. 여러 종류의 귀족정
정치체제에는 민주정과 과두정 외에도 군주정과 귀족정이 있다. 그리고 폴리테이아(politeia)라는 혼합정이 있다. 정당하게 귀족정인 유일한 정치체제는 오로지 덕에서 ‘단적으로’ 최선인 인간들로 구성되는 것이다. 오직 이러할 경우에만 동일한 사람이 좋은 인간이자 좋은 시민일 수 있다. 다른 정치체제에서 좋은 사람들은 그저 그들의 정치체제에서만 제한적으로 좋은 것이다. 다만 관직자들을 부뿐만 아니라 우수성(aristinden)의 조건에서 선출하는 곳, 개인적인 덕을 배려하는 곳의 정치체제도 (어느 정도) 귀족정이라 말할 수 있다. 한편 민주정과 귀족정의 혼합, 과두정과 귀족정의 혼합 역시 귀족정으로 불릴 수 있다. 이 중 마지막 귀족정이 특히 ‘혼합정’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제8장. 귀족정과 구별되는 혼합정의 특징
혼합정이란 단적으로 말해서 과두정과 민주정의 혼합이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민주정 쪽으로 기우는 것을 혼합정이라 여기고, 과두정 쪽으로 기우는 혼합된 것을 귀족정이라 여긴다. 교양과 고귀한 태생, 외적인 좋음이 부유한 사람들에게 보다 많이 동반된다는 생각에서이다. 이 때문에 부자들이 ‘고귀하고 훌륭한 사람(kalos kagathos)’ 또는 ‘귀족(gnorimos)’으로 명명되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 때문에 과두정 역시 고귀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지배한다는 편견이 생기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귀족정은 무엇보다도 관직을 덕(탁월성)에 따라 분배하는 것이다. 덕은 귀족정을 정의하는 기준이고, 부는 과두정을 정의하는 기준이다. 그리고 이렇게 최선의 인간에 의해 폴리스는 훌륭한 법에 의해 통치(eunomia)될 수 있다. 즉 최선의 법이 제정되고 제정된 법에 사람들이 잘 복종하게 된다.
그러니 혼합될 수 있는 것에는 사실 세 가지가 있는 것이다. 보통 혼합은 부자와 가난한 자, 부와 자유에 관하여 이루어지는 반면, 우리는 부자들이 ‘고귀하고 훌륭한 사람들’의 지위까지 차지하는 것을 경계하여야 한다. 자유, 부, 덕(탁월성)의 혼합정이 바로 오직 덕에만 관련되는 참된 첫 번째 종류의 귀족정 이외에 마땅히 귀족정이라 불릴 만한 것이다. 이로부터 혼합정이 귀족정과 사실 멀지 않다는 사실도 말해졌다.
제9장. 혼합정은 어떻게 구성되는가
그렇다면 이제 혼합정이 어떻게 생겨나고, 구성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민주정과 과두정을 정의하는 특성들도 분명해질 것이다. 혼합을 결정하는 세 가지 기준(horos)이 있다. (1) 두 정치체제에서 각각 입법하는 특징을 받아들이기. 이를테면 과두정에서는 부자들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고, 가난한 자에게는 참석에 대해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민주정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게 보수를 지급하고, 부자에게는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이 정치체제들을 혼합하면 가난한 자에게 보수를 주고, 부자에게 벌금을 물리는 중간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첫 번째 혼합정의 특징이다. (2) 두 번째는 각각의 중간적인 것을 취하는 것이다. (3) 세 번째는 양쪽의 법 규정 체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즉, 일부는 과두정의 법률에서, 일부는 민주정의 법률에서 취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관직자를 추첨으로 선출하면 민주정적인 것이고, 선거에 의해 선출하면 과두정적이다.
이 세 기준에 따라 민주정과 과두정이 잘 혼합되었다면, 그 동일한 정치체제는 민주정이면서 과두정이라고 불릴 수 있어야만 한다. 즉 양쪽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또한 어느 쪽 요소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 정치체체는 외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그 자체 내에서 존속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전체로서 폴리스의 그 어떤 부분들도 다른 정치체제가 되기를 원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제10장. 참주정의 세 가지 종류
참주정 또한 정치체제 중 하나이므로, 이제 논의해 보자. 참주정은 왕정으로부터 (가장 크게) 벗어난 것이고,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 (1) 절대적인 1인지배자가 있는 것. 하지만 법에 따른다는 점과 지배를 받는 자들이 자발적이다. (2) 절대왕권정(pambasleia)으로서 참주정. 이것은 지배받는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모든 사안에서 최고의 권위를 가지고, 자신과 비슷하거나 더 나은 사람들 모두를 지배하는 것이다. 어떤 자유인도 이러한 지배를 자발적으로 견디지는 않으므로, 이는 비자발적인 사람들을 지배하는 것이다. 이것이 가장 완벽한 의미에서의 참주정으로, 가장 나쁜 정치체제이다.
제11장. 중간적 정치체제
그런데, 이상적으로 ‘최선의 정치체제’ 이외에 대부분의 폴리스와 대부분의 인간에게 최선의 정치체제는 어떤 것인가? 그리고 최선의 삶은 어떤 것인가? 행복한 삶이 덕에 따라 방해받지 않는 삶이고, 덕은 중용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면, 중용의 삶이 최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규정이 폴리스와 정치체제에서도 통용된다. 왜냐하면 정치체제는 어떤 의미로 ‘폴리스의 삶’이기 때문이다.
모든 폴리스에는 세 부분이 있다. 너무 부유한 자들, 너무 가난한 자들, 이들 사이의 중간에 있는 자들이 그것이다. 모든 좋은 운의 중간을 소유하는 상태가 이성에 가장 잘 복종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의 최선이라 불릴 수 있다. 너무 가난하면 악의를 가지고 작은 악을 저지르고, 너무 부유하면 오만해져 큰 악을 저지르기 쉽기 때문이다. 전자는 노예가 지배받는 방식만을 알고, 후자는 주인의 지배만을 알 뿐이다. 이것은 친애(philia)로 이루어진 폴리스적 공동체(koinonia politike)로부터 가장 먼 것이다. 그러니 폴리스는 가능한 한 중간에 있다는 점에서 동등하고 비슷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만약 중간에 있는 사람이 많지 않고 소수가 너무 많은 것을 가지며 나머지는 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여기서는 극단적 민주정이나 혼합되지 않은 과두정이나, 참주정이 생겨날 것이다.
중간 형태의 정치체제가 최선이라는 것 역시 명백하다. 그것만이 파당, 시민들의 분쟁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간에 있는 사람들 덕분에 민주정이 과두정보다 더 안정적으로, 오래 지속된다는 사실로부터도 뒷받침된다. 최선의 입법자 역시 이러한 중간 시민들 중에서 나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치체제에서 중간계급이 소수인 것 때문에 재산을 가진 자들이든 인민이든 어느 한쪽이 중간을 밟고 넘어서 과두정이나 민주정을 세운다. 그들은 사실 공동의 정치체제 혹은 동등한 정치체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승리의 전리품으로써 정치체제의 우월권을 갖는 것이다. 이들은 폴리스의 유익을 목표로 하지 않고, 그들 자신의 유익을 목표로 함으로써 폴리스에 해악을 끼친다.
어쨌든 최선의 정치체제는 민주정으로도, 과두정으로도 기울어지지 않은 중간의 것이다. 최선의 것에 가까운 것은 어떤 가정에 조회해서가 아니라 필연적으로 항시 더 낫고, 그러므로 중간의 것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항시 더 나쁜 것이다. 하지만 ‘어떤 가정에 조회하면’ 한 사람에게는 어떤 하나의 정치체제가 더 선택될 만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에게는 다른 정치체제가 더 유익할 수 있을 것이다.
제12장. 시민의 양과 질에 적합한 정치체제: 과두정과 민주정
유익한 정치체제라면, 반드시 정치체제가 지속되기를 원하는 폴리스의 부분들이 원하지 않는 부분보다 강해야만 한다.
모든 폴리스는 질과 양으로 이루어진다. 질이란 자유, 부, 교육, 좋은 태생이고, 양이란 크기(수)의 우월성이다. 그리고 양적인 우위는 그만큼 질적으로 떨어지는 어떤 경우 더 우월할 수 없다.
가난한 자들의 수가 우월한 곳에서는 자연적으로 민주정이 있게 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인민이 수적으로 우월한지에 따라 민주정의 종류가 달라지게 된다. 한편 부자와 귀족들의 크기가 양적으로 떨어지는 것보다 질적으로 우월한 정도가 더 큰 곳에서는 자연적으로 과두정이 있게 되고, 앞서와 동일한 방식으로 과두 계급 중에서도 크기가 우월한 것에 따라 여러 종류의 과두정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가난하거나 부자인, 양극단에 있는 사람들보다 수적으로 우월한 곳에서는 안정된 정치체제가 있게 된다. 여기서는 야합에 대한 불안이 적고, 중간적인 사람은 번갈아가며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부자와 가난한 자들의 불만을 효과적으로 중재할 수 있다. 그러니 정치체제가 더 잘 혼합될수록 더 안정적이다. 가난한 자들에게, 특히 부자들에게도 너무 많은 권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탐욕이 부풀도록 놓아 두는 일은 정치체제를 파괴하는 일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제13장. 중무장 보병의 정치체제
정치체제는 인민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를 위해 교묘하게 착안된 술책이 만연하고 있다. 이를테면 과두정에서는 모든 시민이 민회에 참석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참석하지 않을 경우 오직 부자들에게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또는 재산 자격 조건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관직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거부를 허용하는 것이다. 한편 민주정에서는 가난한 사람에게는 민회에 참석하면 보수를 주지만 부자에게는 참석하지 않더라도 전혀 벌금을 부과하지 않는 술책을 쓰고 있다. 이런 경우 정치 참여가 강제되지 않는 계급은 명백히 정치체제에 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술책들은 의도적으로 통치에 참여하는 계급을 조절하고 있다. 누군가가 정치체제를 올바르게 혼합하기를 원한다면, 양편의 요소들을 결부시켜 정치에 참여하지 않으면 부자들에게는 벌금을 물리고, 정치에 참여하는 경우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보수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와 같은 방식에서만 모든 사람에게 정치체제가 속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정치체제가 중무장 병장기를 소유한 사람들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것은 정치체제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수적으로 더 많게 해줄 수 있는 도구이다. 폴리스들이 커질수록 중무장 병장기를 가진 사람들이 더 강한 힘을 갖게 되어야 하고 이에 따라 더 많은 사람이 정치체제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제14장. 관직자를 임명하는 방식: 정치체제에서 심의하는 부분
모든 정치체제에는 세 부분이 있고, 이 부분들이 좋은 상태에 있다면 그 정치체제는 필연적으로 좋은 상태에 있으며, 각 정치체제들은 필연적으로 이 부분들 각각의 차이로 인하여 서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 세 부분이란 다음과 같다. (1) 공공의 일에 대해 심의하는 부분. (2) 관직에 대한 부분. 어떤 관직이 있어야만 하고, 어떤 일에 대해 권위를 행사해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관직자들을 선출해야만 하는지 논의한다. (3) 재판과 관련된 부분.
(1.1) 모든 사안에 대해서 모든 시민이 심의하는 것은 민주정적 특징이다. 그런데 모든 시민이 심의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1.1.1) 모든 시민이 한꺼번에 심의하는 것이 아니라 번갈아가면서 심의하는 것. (1.1.2) 시민 전체가 회합하되 단지 관직자 선출, 입법, 전쟁과 평화, 감사에 대해서만 논의하는 것. 다른 사항들은 그 사항을 다루기 위해 투표나 추첨에 의해 선출된 관직자들이 심의한다. (1.1.3) 앞서와 비슷하지만, 다른 사항들을 다루기 위해 선출된 관직자들은 관직을 차지할 만큼의 해당 지식을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1.1.4) 모든 시민이 함께 모든 사안을 심의하고, 관직자는 단지 시민들의 투표를 위해 안건들을 미리 검토하는 일만 맡는다. 이것이 극단적 민주정의 방식이다.
(1.2) 한편, 몇몇 사람들이 모든 것에 대해서 심의하는 것은 과두정적 특징이다. 이것에도 여러 차이들이 있다. (1.2.1) 재산 평가에 따라 관직자들이 선출되고, 이들은 법에 순응하는 것. 일정 정도의 재산을 획득한 모든 사람이 심의에 참여하도록 허용된다. 이러한 정치체제는 과두정적이기는 하지만 바람직한 혼합정에 근접한 것이다. (1.2.2) 재산 자격 조건을 획득한 사람들 중 선출된 자들이 심의회에 참여한다. 어쨌든 이들도 모두 법에 따른다. (1.2.3) 심의에 대한 권위를 가진 자들이 다음 심의위원을 선출한다. 또한 아들이 아버지를 세습한다. 이들은 법에 대한 권위를 가진다. (1.3) 또 다른 한편, 몇몇 사람이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서는 최고의 권위를 갖지만 모든 사람이 다른 사안들에 대해서는 권위를 가질 수 있을 때, 이것은 귀족정 혹은 혼합정적인 특징이다. 이를테면 모든 사람이 전쟁과 평화, 감사에 대해서 권위를 가지면서도, 선출된 관직자들은 또 다른 특정한 사안들에 대해 최고의 권위를 갖는 것이다.
그러니 민주정이나 과두정을 더 낫게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주정에서 과두정적 특징을 채택하는 것처럼 다른 한쪽의 법 일부를 가져와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인민은 귀족과 더불어, 귀족은 다중과 더불어 심의하는 것이 가장 권장되고 유익한 것이다. 특히 혼합정에서 다중은 안건을 부결할 때 최고의 권위를 행사하고, 승인할 때는 선출된 소수가 최고의 권위를 갖는 것이 모든 사안들을 가장 잘 심의하는 길이다.
제15장. 정치체제와 행정 관직의 관직자에 대해서
그렇다면 이제 관직에 대해 논의해 보자. 이에 대해 여러 문제들이 있다. 얼마나 많은 관직이 있고 각각은 어떤 것들에 대해 최고의 권위를 가지는가? 그리고 각 관직은 얼마나 지속되는가? 중임을 허용하는가? 관직자는 누구 중에서 어떻게 선출되어야만 하는가?
물론 어떤 것을 관직이라 칭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사제직, 전령, 사절단 등은 관직인가? 다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관직이란 어떤 사안에 대해 심의하고, 결정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을 위임받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특히 명령을 내리는 것(epitattein)은 관직에만 특징적인 것이다.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자면, 큰 폴리스에서는 하나의 일(ergon)에 대해 하나의 관직을 할당할 수 있고, 할당해야만 한다. 각각의 일은 당사자가 여러 사안에 종사하는 것보다 오직 그것에만 집중에서 종사할 때 더 나은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은 폴리스에서는 많은 관직이 소수의 사람에게로 집중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관직들을 하나의 관직으로 한데 결부시키는 것(sunagein)dl 적절한지 논의한다면 좋을 것이다. 이를테면 한 관직자가 남성들, 아이들, 여자들을 모두 질서 지워야 하는가, 아니면 각각 다른 관직자들이 필요한가 등에 대해서 말이다. 더불어 여러 정치체제에서 동일한 관직이 최고의 권위를 가져야만 하는가와 같은 문제도 논의될 만하다. 물론 어떤 관직은 특정한 정치체제에만 고유할 것이다.
이제 여러 산재한 문제들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넘어가고, 관직자 선출 방식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관직자를 선출하는 방식을 나누는 기준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2.1) 누가 관직자를 선출하는가? (2.2) 관직자는 어떤 사람들 중에서 선출되는가? (2.3) 관직자는 어떤 방식으로 선출되는가?
그리고 이 세 가지 각각에도 세 가지 다른 변형이 있다. (2.1.1) 모든 시민이 선출. (2.1.2) 시민들 중에서 일부만이 선출. (2.1.3) 어떤 관직은 모든 시민이 선출하고 어떤 관직은 어떤 시민이 선출. (2.2.1) 모든 사람들로부터 관직자를 선출. (2.2.2) 어떤 특정한 사람들로부터 어떤 특정한 기준에 따라 선출. (2.2.3) 어떤 관직은 모든 시민들 중에서 선출하고 어떤 관직은 어떤 시민들로부터 선출. (2.3.1) 투표로 선출. (2.3.2) 추첨으로 선출. (2.3.3) 어떤 관직은 투표로 선출하고 어떤 관직은 추첨으로 선출.
그리고 이 변형들 각각의 경우에서도 다른 조합들이 있다. 모든 시민이 모든 시민 중에서 투표로 선출하거나 모든 시민이 모든 시민 중에서 추첨으로 선출하는 것 등 말이다. 이 중에서 (2.1.3)과 (2.2.3)을 제외하고서라도 2x2x3으로 12가지 조합이 생겨난다.
이들 중에서 모든 관직이 모든 사람들 중에서 투표, 추천, 혹은 양자 모두에 의해 선출될 때 이는 민주정적인 특징을 가진다. 한편,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들 혹은 어떤 사람들 중에서 투표, 추첨, 혹은 양자에 의해서 선출하는 경우, 그리고 어떤 관직은 모든 사람들 중에서, 어떤 관직은 어떤 사람들 중에서 선출할 때, 투표, 추첨, 혹은 양자에 의해서 선출하는 경우 이것은 혼합정의 특징을 가진다. 또 다른 한편, 어떤 사람들이 모든 사람들 중에서 투표, 추첨, 혹은 양자에 의해서 관직을 선출할 때, 이것은 과두정의 특징이다.
그리고, 어떤 관직은 모든 시민들 중에서, 어떤 관직은 어떤 사람들 중에서 투표 혹은 추첨으로 선출할 때, 혹은 어떤 관직은 투표로, 어떤 관직은 추첨에 의해 선출할 때, 이것은 ‘귀족적인 혼합정’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관직이 모든 사람들 중에서 선출될 때, 혹은 모든 관직이 어떤 사람들 중에서 투표로 선출될 때 이것은 귀족정적이다.
이렇게 관직을 임명하는 방식은 정치체제에 따라서 구별됨을 보였다. 어떤 방식이 그 정치체제에 유익한지는 관직의 종류가 결정됨과 동시에 분명해질 것이다.
제16장. 정치체제와 법정의 구성: 여덟 가지 종류의 법정과 재판관을 임명하는 방식
이제 세 가지 부분 중 재판권에 대해 말해 보자. 앞서와 같은 방식이지만 법정 간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앞서와 약간 다른 세 가지 원칙으로부터 탐구될 것이다. 1. 무엇에 대한 법정 재판 권한을 가진 사람들을, 2. 누구로부터, 3. 어떤 방식으로 선출할 것인가.
일단 여덟 가지 종류의 법정이 있다. (1) 관직자 감사, (2) 누군가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부정의한 짓을 저질렀을 때 열리는 법정, (3) 정치체제에 영향을 끼치는 문제 재판, (4) 벌금 부과에 관한 논쟁, (5) 규모가 큰 사적 상업 거래에 대한 것, (6) 살인 사건, (7) 외국인 문제, (8) 소액 거래를 다루는 법정이 그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법정들이 잘 운영되지 않을 때는 분열과 정치체제의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렇게 중요한 법정 구성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질 수 있다. (3.1) 모든 시민이 모든 사안들을 결정할 때, (3.1.1) 배심원을 추첨에 의해 선출. (3.1.2) 앞서와 같지만, 투표에 의해 선출. (3.1.3) 어떤 사람은 추첨에 의해 선출하고, 어떤 사람은 투표에 의해 선출. (3.1.4) 동일한 법정은 동일한 어떤 사안만을 다루고, 이러한 배심원은 추첨에 의해 선출되거나 투표에 의해 선출. (3.2) 어떤 시민들 중에서 배심원을 선출할 때, (3.2.1) 추첨에 의해 선출. (3.2.2) 투표에 의해 선출. (3.2.3) 어떤 배심원은 추첨에 의해 선출하고, 어떤 배심원은 투표에 의해 선출. (3.2.4) 동일한 사안을 다루는 어떤 법정의 배심원을 일부는 추첨으로, 일부는 투표로 선출. (3.3) 어떤 법정의 배심원은 모든 시민들 중에서 선출하고, 다른 법정의 배심원은 어떤 시민들 중에서 선출하며, 어떤 법정의 배심원은 양자로부터 선출.
이렇게 우리는 법정이 구성될 수 있는 가능한 방식들을 말했다. 여기서 (3.1)은 민주정적이고, (3.2)는 과두정적이며, (3.3)은 귀족정적이고 혼합정적인 것이라고 일컬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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