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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히테, 『자연법의 토대』 1장 4절 번역 (2023) §4 Third theorem §4 셋째 정리 The finite rational being cannot assume the existence of other finite rational beings outside it without positing itself as standing with those beings in a particular relation, called a relation of right [Rechtsverhältniß]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는 자신 밖의 다른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의 존재를 상정할 수 없다, 그러한 존재들과 어떠한 규정된 관계 속에, 법적 관계(Rechtsverhältnis)라 불리는 것 속에 서 있는 자로서 자신을 정립하지 않는 한.  Proof 증명 (I) The ..
피히테, 『자연법의 토대』 1장 3절 번역 (2023) §3 Second theorem §3 둘째 정리 The finite rational being cannot ascribe to itself a free efficacy in the sensible world without also ascribing such efficacy to others, and thus without also presupposing the existence of other finite rational beings outside of itself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는 그 자신에게 감성계에서의 자유로운 작용성을 귀속시킬 수 없다, 또한 타자에게 그러한 것[자유로운 작용성]을 귀속시키지 않고는, 그러므로 또한 자신 밖의 다른 유한한 존재자를 상정하지 않고는.   Proof 증명(I) (..
피히테, 『자연법의 토대』 1장 2절 번역 (2023) §2 Inference§2 귀결명제 By thus positing its capacity to exercise free efficacy, the rational being posits and determines a sensible world outside of itself 이성적 존재자는 자유로운 작용성을 위한 그의 능력 정립을 통하여 자신 밖에 하나의 감성계를 정립하고 규정한다 (I) It posits the sensible world. Only what is absolutely self-active or practical is posited as subjective, as belonging to the I, and through the limitation of it, the I itself is li..
헤겔, 『법철학』 267-271절 발제 (2024) §267 자유의 모순적 본질, 그에 따른 지양의 운동, 주관적으로는 정치적 심정, 객관적으로는 국가라는 유기체에 이르는 이념의 필연적 전개 과정헤겔은 스피노자의 『에티카』 제1부 정의 1, ‘자기 원인(causa sui)이란 그의 본성(natura)이 실존하는 것으로밖에는 생각될 수 없다’는 구절을 다음과 같이 변용하여 읽는다. 정신은 그의 즉자적인 존재에서부터 이미 “자기 자신을 통해서만 무한히 자기 내 복귀하는 자”라는 데서, 즉 자기 자신으로 되돌아와 자신을 스스로 규정하는 자유 내지 활동성(Tätigkeit)을 본질로 하여서만 존립한다(『법철학』 §66 주해). 그렇다면, 정신은 본질적으로 자기의식적이며, 이에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자로서 자유로운 사유이자 또한 자유로운 의지가 된다. 이는 재미있..
피히테, 『자연법의 토대』 1장 1절 번역 (2023) 피히테, 『자연법의 토대』 1장 1절 번역 First main division 첫 번째 주요 장(章) Deduction of the concept of right 법 개념의 연역 §1 First theorem §1 첫째 정리 A finite rational being cannot posit itself without ascribing a free efficacy to itself 유한한 이성적 존재자는 그 자신에게 자유로운 작용을 귀속시키지 않고는 자신을 정립할 수 없다 (I) If a rational being is to posit itself as such, then it must ascribe to itself an activity whose ultimate ground lies purely and..
시더우드의 영화 어떤 반향은 돌아오지 않는다. 어떤 반향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하고 이 문장만 되뇌었다. 계속, 계속 몸부림쳤는데도. 내가 좋아하는 시인은 '혀를 내밀면 울어버리는 문장'이란 구절을 썼다. 이곳저곳을 쏘다니면서도 생전 알지도 못한 고통이 찾아와 발목이 꺾인 새처럼 주저앉았다. 목놓아 우는 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한번만, 한번만 다시 와 달라고, 잠들지 못하고 수십 번 국화로 둘러싸인 그 평온한 보랏빛 얼굴을 떠올렸다. 늘 발치에서 머무르는 슬픔. 이 비틀거리는 걸음은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야 할까. 그 상냥하고 쓸쓸한 선배는 도대체 어디로 갔나. 여전히 무너지는 것과 잃어버리고 싶은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또다시 은유의 덫으로 도망쳐야 저렇게 겨우 입이..
낭만적 서시 나는 유원지의 노을을 닮은 헤픈 얼굴 창틀 거미줄에서 허덕이는 어린 나비를 불태우고 목젖에는 피아노 불협화음이 걸려 있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나무 의자에 앉아 금욕적인 신부를 유혹할 계획을 세우는 부랑아 오빠, 흰 벽에 걸어 둔 안개꽃이 다 말랐지만 약속은 너무 많고 부르튼 입술이니까 조용히⋯ (성년식은 꿈의 목이 부러지는 밤의 해변에서.) 모든 찻잔이 천천히 중심을 잃고 있다 당신은 축제를 훔쳐보는 비 내린 숲이었는데, 더블 초콜릿칩 쿠키처럼 실종되기 쉬우니까 조심해, 새들은 침울한 풍향계를 흔들고 날아가지 우리의 밀월은 캐노피 속 열대를 들춰낼 테니 백열등 밑에서 맞담배를 피우고 게임을 하자 안개 낀 색소폰이 다정한 반음계로 떨어지면 숨을 참아, 날 사랑할 준비를 하는 게 좋아
실루엣들 상담사가 내담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였다  아침 샤워 후에는 꿀과 백합 향이 났다창턱에 앉아 허밍하면 겨울의 그네가 흔들렸다미열이 고인 아이, 희미한 낮달이 뜬 발치, 장소가 없는 현기증말라가는 선인장 곁에서 아름다움의 폐허를 불렀다, 이윽고 숨죽인 들판 위 여명과 황혼의 세례를 받는 두 이마당신은 나에게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잔향, 흐느낌, 침실이었다바람의 밀어로 우리의 벤치는 젖어 있고 유기된 손으로서로의 정맥을 나누며 역류하는 온도를 견뎠다. 버거운 열병의 징후가 당신의 면죄부이자 키스였다. 흐르는 수레국화, 바람의 샛길을 낸 느티나무초조(初潮)처럼 피를 흘리는 어린 새들, 푸른 여름밤을 달아나는 탈진한 이리들그리고 석양 아래의 눈, 코, 입, 모든 거울과 꿈을 낭비하기 위하여우리는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