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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폭력

밤의 정원

사랑받지 못할 때는 늘 맨발이었다 창밖으로 목을 뻗고 비릿한 물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여느 밤 누런 블라인드 뒤편에서 나의 그림자, 흔들렸다 신음조차 불구여서 입술 주위를 절뚝거리다 우리는 백일몽이 조산(早産)한 악몽들 열꽃 같은 문장을 품은 채 핏기없는 이불로 쓰러지고 싶었다 사랑하는 나의 남빛, 아무도 날개를 틀어쥐지 않았는데 쓸쓸함을 달아나지 못하다

 

꿈에서 나의 빈한한 바다, 망막에 안개 낀 숲이 맺혀 있다 헐거운 도망자들 가엾은 눈과 입과 귀가 내부로 열린 채 멀어버리다 비밀을 허락한 침엽수림이 날카로이 호흡한다 우리는 시리게 헛구역질하며 침잠하는 과오의 사원으로 검거나 없는 무릎과 손이 헐떡이는 심장을 파고들 수 있다면 당신의 실루엣은 자꾸만 세이렌처럼 노래한다 칠이 벗겨진 하얀 제단 아래 우리는 무화과 향 분수에 입을 담그며 사랑을 야기하는 연민을 기도하고 허나 외마디 비명, 지르는, 빈터 뒤틀린 사지로 땅을 짚으며 내달려도 아직 조롱이 부족하다 검은 동굴 속에서 금을 고통으로 바꿔주는 여자가 끈적인다 그의 품속으로 제의를 치르러 가렴 밤새 오로라 쪽으로 추락하면 흥미를 잃기 전까지만 목을 조를 거란다 가래 섞인 숨소리 허덕대는 폐 날아가는 짙푸른 새들 침입을 허용치 않는 숲이 다시 빗장을 잠근다 너 때문에 치욕이 멎지 않아, 어느새 당신과 나는 바다의 포말 밖에서 몸서리치며 손잡고 있다

 

사랑하는 나의 남빛 우리는 박탈과 폐기를 반복하는 유년의 영혼들 아직도 과육이 흐르는 침대 위 당신의 문장으로 무너진 지 오래되었다 한때 뺨을 어르던 눈물에는 소리가 없다 달뜬 밤을 도망쳐, 불구인 몸의 검은 물감이 바스러져 떨어질 때까지 영영 사랑해서 죽이고 싶은 날들이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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