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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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락한 유원지의 잔해 위에 안개처럼 세워진 그 마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술래처럼 잊혔다. 풍랑이 거센 동쪽 바다 어딘가를 더듬거리는 그 섬의 영혼들은 해무海霧의 휘발성을 타고나, 이른 나이에 육체를 버리고 비가 내릴 때 어머니 바다 품으로 돌아간다고들 했다. 그리고 달은 어둠 속으로 사라진 바다가 밤에 뜨는 눈... 그러므로 그들은, 여름 장마철 가장 작고 가냘피 휘어진 채 웃는 손톱달이 뜨는 밤에 영혼을 땅에 길들였다. 약동하는 피와 사라지는 이름 속에서, 신이여 사랑받으소서... 한데 그러한 밤이면 어김없이 바다의 날카로운 큰 바위나 뭍으로 올라온 듀공들이 목이 부러진 천사 혹은 아름다운 세이렌처럼 괴이한 비명을 질러댔는데, 이 의례가 시작되면 검은 수도복을 뒤집어 쓴 순례자들은 불이 타오르고 촛농이 흐르는 손으로 허리처럼 휘어진 선산先山의 능선을 잘근잘근 밟아 건너가며 더 큰 울음을 울었다. 이윽고 다음 날 그 성스럽고 부정한 육체가 저항할 수 없이 불태워지면 우리들은 비로소 인간의 짐만큼 오래 생을 살아가게 된다고 했다.
동생 쪽이 그나마 여린 살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