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생님. 우리는 먼 늦여름의 행위를 기억한다. 동생의 진도는 한참 더뎠고, 사실 나는 그 꽃뱀花蛇을 벌써 한 번 익힌 적 있다. 높고 반투명한 창가에 저물녘이 어른거릴 때, 노랗고 따뜻한 나의 침실과 하얀 간이 탁자 곁에서. 눈을 감자 건너편의 선생님은 잠잠히 발화하였다.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당신의 음성은 상처를 핥는 짐승처럼 미약하고도 낮게 그르렁거렸다. 그리고 나는 오싹한 열병에 걸렸다. 모든 일이 뉘앙스로 시작되던 시절이었다. 그날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사위가 고요하였다. 께느른한 주황빛 파동만이 먼지와 함께 우리의 거처를 기어 다녔다. 지독한 예감. 떨면서 실눈을 뜨자 그는 팔짱을 낀 채 흐릿하게 힐난하였다. 그것은 맨발로 유리를 밟지 말라는 따위의 무력한 경고였다. 이내 당신은 나의 이름을 부르며, 농담하듯 살짝 위로 고갯짓하였다. 곧 나는 당신과 숨을 맞추어 시를 읊었다. 음운들은 점자를 쓸어내리듯 서로를 더듬었다. 혀끝에서 스러질 듯 도약하는 어느 그리운 새들, 희미한 황혼 속으로 날아간다. 이후 우리는 잠자코 아슬한 뉘앙스를 견디고 있었다. 이윽고 선생님의 단단하고 뜨거운 입술이 상처처럼 파고들었다. 사향내가 났으므로 눈뜨는 것은 무서웠다. 동생의 몸이 신성한 낙원이라면 나는 세속의 그것이었을까? 당신은 ‘이제 우리는 영혼을 나눠 가졌다’라고 속삭였다. 그래, 마치 쌍둥이처럼. 침실의 채광창을 넘쳐 흐르는 황금빛 석양. 마치 바다로 잠기는 듯하였고, 우리는 양수 속에서 부정을 저질렀다. 선생님과 같다는 것… 당신이 남동생을 욕정한다는 것을 알고 내가 저지른 힐난은 그 어리석은 욕망과 열기를 책망하려는 것 따위가 아니었다. 사실 나를 분노케 한 전부는 당신이 나 아닌 동생을 선택했다는 것뿐이었다. 그러므로 내가 신께 행한 탄원은, 끝내 당신이 동생의 신성한 낙원이 아닌 만개하는 세속적 쾌락의 정원을 선택하게 해 달라는 것뿐이었다. 그 언제가 되더라도, 결국에는.
아니, 그것도 나를 완전히 발가벗긴 것이 아니다. 도리어 명백한 사실을 비껴나가 선생님은 나를 정확히 꿰뚫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실제로 두려운 것은 순진한 남동생을 탐하는 당신을 넘어다 보며 나의 온몸을 스멀스멀 헤집는 기묘한 열기와 매혹이었다고. 유년기의 바다에서, 죽어가던 동생의 사진을 찍던 그날과 같이.
사랑이 있는 폭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