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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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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 ME TO THE MOON 빗속에 불씨를 던지다 석양이 깃든 층계참에서 숨을 고르다 슬플 때마다 자전거에서 쓰러지다 후, 문득 방의 불을 끄면 영사기가 몸을 비추고품을 펼치면 아름드리나무가 되던 시절이 있다 당신의 책장이 펄럭였고 나는 휘파람 같은 언덕을 흐르는 기분이었다 한낮, 한낮이 가난한 잠과 심장에 녹아들고 얼굴을 문질러도 사라지지 않다  이윽고 밀물이 나의 고열을 품에 데려가다 붉은 해는 당신의 쓸쓸한 담장을 넘어가고 펜을 쥔 채 온몸의 불길에 대해 오래 생각했다 아무것도 쓰지 못하였다 손에 잉크가 물들고, 희게 부푼 돛대, 절벽 위의 호흡, 나는 슬프고 서럽고 깊어지고 싶었다 한참 동안 노을의 피난처로 함께 쏟아져 내리고 싶었다 필름에 얼굴을 묻어도 다만 영사기가 돌아가고우리의 앞편으로 수많은 낮과 밤이 지나가다 그리고..
밤의 정원 사랑받지 못할 때는 늘 맨발이었다 창밖으로 목을 뻗고 비릿한 물 냄새를 맡으며 울었다 여느 밤 누런 블라인드 뒤편에서 나의 그림자, 흔들렸다 신음조차 불구여서 입술 주위를 절뚝거리다 우리는 백일몽이 조산(早産)한 악몽들 열꽃 같은 문장을 품은 채 핏기없는 이불로 쓰러지고 싶었다 사랑하는 나의 남빛, 아무도 날개를 틀어쥐지 않았는데 쓸쓸함을 달아나지 못하다 꿈에서 나의 빈한한 바다, 망막에 안개 낀 숲이 맺혀 있다 헐거운 도망자들 가엾은 눈과 입과 귀가 내부로 열린 채 멀어버리다 비밀을 허락한 침엽수림이 날카로이 호흡한다 우리는 시리게 헛구역질하며 침잠하는 과오의 사원으로 검거나 없는 무릎과 손이 헐떡이는 심장을 파고들 수 있다면 당신의 실루엣은 자꾸만 세이렌처럼 노래한다 칠이 벗겨진 하얀 제단 아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