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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폭력

2021년 2월의 여는 글

우연의 궤적 속에서 우리는 손을 잡고 있었다

동방엔 퀴퀴한 책더미와 라이터와 어둑한 창가가 쌓였고

물론 텅 빈 술병과 말뿐인 플롯도 함께였다

어쩌면 낮과 밤을 쓰고 웃고 산책하는 데 바치는 꿈이었지

사랑할 때는, 아끼지 않고… 그건 어른들의 지혜

 

사시사철 책장은 별과 불길에 젖어

허술한 피그말리온들은 병과 열을 달고 살았다

 

투명한 욕망이라 쓰여야 하는 말들을 부르면

매주 교정엔 흐린 환희처럼 글이 숨은 방, 불이 켜졌다

우리는 취기와 질투와 펜이 열매 맺기를 기다리며

입술은 어느 때보다 불온과 슬픔을 야기하고

어린 축제가 바다에 잠기는 꿈을 꾸어도 두렵지 않았다

 

한번쯤 죽어도 좋아, 새벽잠에 들 때마다 사라지지 않는다는 게 이상했다

언어는 나의 궤도와 창문을 벗어나 타오르고

설익은 광기가 삶의 비밀을 공전하여도

우리는 모든 돌이킬 수 없는 시간선으로 연서를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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