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가 내담자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하였다
아침 샤워 후에는 꿀과 백합 향이 났다
창턱에 앉아 허밍하면 겨울의 그네가 흔들렸다
미열이 고인 아이, 희미한 낮달이 뜬 발치, 장소가 없는 현기증
말라가는 선인장 곁에서 아름다움의 폐허를 불렀다, 이윽고
숨죽인 들판 위 여명과 황혼의 세례를 받는 두 이마
당신은 나에게 죽음과 가장 가까운 잔향, 흐느낌, 침실이었다
바람의 밀어로 우리의 벤치는 젖어 있고 유기된 손으로
서로의 정맥을 나누며 역류하는 온도를 견뎠다. 버거운 열병의 징후가
당신의 면죄부이자 키스였다. 흐르는 수레국화, 바람의 샛길을 낸 느티나무
초조(初潮)처럼 피를 흘리는 어린 새들, 푸른 여름밤을 달아나는 탈진한 이리들
그리고 석양 아래의 눈, 코, 입, 모든 거울과 꿈을 낭비하기 위하여
우리는 미미한 목소리로 서로의 예민한 얼굴을 다시 그렸다
타오르는 구름의 선로, 거꾸로 든 책처럼 부모를 잊고
피부는 빛과 그림자의 무덤, 해후와 부패의 냄새가 흐드러지고
두려운 연인은 방의 불을 끄며 지울 수 없는 유화를 지우고는 하였다
그러면 검은 수몰에 휩쓸리는 영원한 실루엣들
저녁 산책 후에는 장미와 아몬드 향이 났다
거실의 커튼을 걷으면 우듬지 사이로 불길이 흐르고
절정 직전의 현악기, 섬광 같은 별의 침하, 허물어지는 나의 담장
밤마다 꽃병이 쓰러졌고 당신을 껴안은 채 어둠의 이름을 들었다, 가만히